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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편 : 번뇌즉보리

조회수 114 작성일 2026.04.06

번뇌즉보리 - 유마경


삶의 괴로운 번뇌에서 벗어나고픈 사람은 번뇌에서 도망치는 방법으로는 실패하지만 알고보면 번뇌에서 그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지금 나에게 일어나는 일의 원인이 나이기 때문입니다. 피부환자분들은 잘 치료되다가도 한번씩 악화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 대개 이유가 있는 편입니다. 음식 때문에 올라오거나, 환절기, 스트레스, 수면부족, 시험기간, 여성분들 생리기간, 사용하는 제품, 환경변화로 인한 자극 등의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사람마다 공통된 피부악화 원인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매일 입으로 들어오는 음식의 영향이 보통 가장 크지만 스트레스가 1순위 원인인 경우도 많으며 접촉이나 날씨, 수면, 환경 등 사람마다 피부병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은 조금씩 다른편입니다.



피부가 악화되었을때의 이유를 잘 파악하게 될수록 피부병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악화를 어떻게 예방할지 잘 알고 있는 분일수록 치료가 무난히 잘 진행되며, 완전히 피부상태 가 개선이 된 후에도 조금이라도 피부가 안좋아졌을 때 그 이유를 잘 알기에 다시 회복시키고 유지하는 것이 쉽습니다. 결국 악화원인을 알면 치료(호전과 재발방지)를 할 수가 있습니다. 악화될 때 마다 괴롭다고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지만 다르게 보면 호전과 재발방지를 통한 피부병의 괴로움에서 탈출할 힌트를 얻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악화가 곧 호전의 기회, 호전의 시작 입니다.



무의식이라는 단어는 자주 쓰이는 단어입니다. 무의식의 특성은 '의식이 안된다는 점'이라서 존재하지 않는 것과 비슷합니다. 서랍속이 비어있는것과 서랍속에 넣고 까먹어버린 음식이 썩고 있는 것은 다릅니다. 이런 경우 방에서 음식썩는 냄새와 벌레, 곰팡이가 청소를 해주어도 계속 생기는데 정작 주인은 재발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생각합니다. 음식썩는 냄새와 벌레, 곰팡이를 통해 내 방 어딘가에 무엇이 썩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기에, 썩은 냄새가 곧 청소와 정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랍속을 열어볼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은 방향제나 벌레잡는 약으로 버티고 살면서 고통과 눈물속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며 평생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칼 융이라는 심리학자는 무의식속의 '그림자'라는 표현을 했는데 누구나 무의식속에 그림자가 있습니다. 예수님 부처님 같은 이상적인 부모아래에 태어나서 천국같은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무의식도 의식이어서 우리의 호르몬,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자극할 수 있고, 일상의 의사결정에 말그대로 '무의식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모든 것을 의식적으로 선택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길을 걸으며 핸드폰을 볼 수 있는 것도 무의식이 알아서 걸어주고 있기 때문이듯 무의식은 일상 대부분의 활동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무의식은 코끼리와 같고 의식은 코끼리 위에 앉은 사람과 같다고도 하는데 무의식의 힘은 생각보다 강합니다.



무의식은 AI와 같은 자동화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두뇌는 뉴런들의 집합으로 회로를 만들어주면 그 후로는 의식적인 노력없이도 자동적으로 반복할 수 있습니다. 무의식 속에 만들어진 부정적인 뇌 속 회로들은 마치 컴퓨터 바이러스나 피싱에 해킹된 핸드폰의 범죄 어플처럼 언제든 비밀리에 작동할 수 있습니다. 나 혼자 살고 있는 집인데 내가 물건을 정리해 두어도 어질러져 있고 또 정리해 두어도 다시 뒤집어져 있다면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악동 유령동거인'이 함께 사는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 이런것이 '부정적인 무의식'이 하는 일 입니다. 그래서 괴로운 상황이 반복될 때 마다 표면의식인 '나'는 고통받고 뒷감당을 해야하지만, 그 원인은 무의식속의 프로그램이라 알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난처함입니다.



그리고 없애고 싶어도 어디에 있는지(심지어 존재한다는 사실도) 모르기 때문에 없앨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유일하게 알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불량 프로그램이 작동해서 해로운 결과가 나타났을 때 입니다. 무의식의 그림자라는 불량프로그램이 작동할 때 우리는 불행하고 고통받거나, 화가나거나, 슬프거나, 망가지거나, 몸이 아픈 결과를 경험하게 됩니다. 우연히 한번 발생한 가벼운 사고같은 경우는 무의식의 그림자와 상관이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삶 속에서 반복해서 찾아오는 괴로움에 패턴이 있다면 그건 무의식의 그림자와 관련이 있습니다.



자주 사고가 나거나, 자주 연인 친구 파트너와의 불행한 인간관계가 반복되어 괴로움을 당하거나, 자주 사기를 당하거나, 돈을 모으지 못하거나, 몸이 자꾸 아프거나, 한 곳에 오래 정착하지 못하거나, 인간관계에서 자주 미움받고 배척당하거나, 주변에서 자주 무시당하거나 공격당할 때에는 [내 안의 무의식속 그림자가 '불행해지기'라는 미션을 성공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미군이 AI드론에게 적의 미사일 기지를 찾아서 무조건 공격하라는 임무를 주었더니 오히려 명령을 내린 인간조종사를 공격했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AI가 보기에 공격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인간 조종사를 제거하는 것이 미션의 성공가능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한 것입니다.



무의식이 하는 일도 이렇게 맹목적인 것과 유사합니다. 자동 습관 유지 장치인 우리의 두뇌는 명령이 입력되면 무조건 시행하려고 합니다. 심지어 그 결과가 나(표면의식)에게 해롭거나 원하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AI 로봇에게 내가 '기분나쁨' 이라는 프로그램을 입력해주면 인공지능 로봇은 내가 그것(기분나쁨)을 명령했다고 이해하여 계속해서 '기분나쁨'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이 무엇이든 이루어주는 인공지능 로봇이 우리의 무의식입니다. 그래서 예전에 유행했던 씨크릿 책의 내용이 맞는 부분(마음이 현실이 된다)도 있지만 우리의 마음이 표면의식과 무의식, 집단무의식 등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각자 만들어내는 결과가 다르기에 실제의 삶에 표면의식이 원하는 것만 이끌어 내기가 어렵습니다.



과거의 어느 순간 깊숙히 입력된 무의식적 트라우마(이때에는 반드시 부정적이면서도 강력한 감정이 동반됩니다)는 그 트라우마가 유발된 감정을 자꾸 재연하도록 유도합니다. 혼나는 그림자는 혼나는 것을 재연하고, 죄책감은 죄책감을, 불안은 불안을, 분노는 분노를, 억울은 억울을, 마이너스는 마이너스의 경험을 무의식적으로 유도하게 됩니다. '번뇌즉보리'란 번뇌의 자리가 곧 완전한 자리의 열쇠라는 뜻입니다. 번뇌의 종류가 다양하지만 번뇌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의 좌표를 알 수 있고 그것을 해결해주면 번뇌는 사라지고 자유를 얻게 됩니다.



예전에 더스틴호프만이 주연했던 '스피어' 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우주에서 떨어진 UFO안에 미래의 지구에서 온 황금색 금속구체가 발견되었는데, 인간의 마음속에 품은 것을 바로 현실화 시켜주는 기계입니다. 그런데 인간들의 마음 속 어두움 때문에 그 구체가 재난에 가까운 파괴적인 현실을 만들어 내서서 도저히 감당이 안되어 다시 우주로 되돌려 보내는 결말의 영화입니다. 우리의 무의식은 좋은 것은 좋은 결과로, 안좋은 것은 안좋은 결과로 현실을 만들어내는 스피어 입니다. 위험하지만 다스리는 법을 잘 배운다면 인간에게 큰 선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남들은 괜찮은데 나에게는 힘든일, 남들은 신경안쓰는데 나는 무척 신경쓰는 일이 있다면 그 일이 나의 그림자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줍니다. 저 같은 경우 아이 엄마가 아이에게 훈육하며 목소리 커지는 모습이 평범한 정도인데도 저 한테는 너무 듣기가 괴로운 적이 있었습니다. 그게 너무 감당이 안되어서 내가 없을 때에만 훈육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었습니다.



어느날 생각해보니 중학교 저학년때 쯤 우리집에 빚쟁이에게 전화가 왔고 옆에 있는 어머니는 엄마 집에 없다고 대답하라고 했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전화를 받았는데 어떤 모르는 아저씨가 너네 엄마 어디있냐며 따지듯 물어보시는데, 없다고 말하자니 거짓말이 되고, 있다고 말하자니 엄마가 말하지 말라고 해서 그만 아무 대답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아저씨가 “너 벙어리야? 왜 말을 못해?”하며 큰소리로 몰아붙이자 무섭고 갑갑하고 억울한 감정에 아무 말 못하며 수화기를 들고 울었던 일이 기억났습니다.



어른이 아이에게 큰소리로 윽박지르는 모습을 보니깐 내 안에서 그때의 감정이 생생하게 되살아난 것 입니다.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이 어렸을때 그 때의 내 감정과 똑같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자라보고 놀란가슴 솥뚜껑보고 놀라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래서 두가지 작업을 했습니다. 그 때의 어린 내모습의 내면아이를 떠올리며 그때 많이 놀라고 힘들었지 위로해 주고 그 어린아이가 하고싶은 말이 있으면 해보라고 쌓여있던 울분을 시원하게 들어주고 대신 감정을 표현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내 모습으로 그 때의 전화를 받아보는 것을 상상해보았습니다. "아저씨 지금 어머니 안계시니 이름과 전화번호 알려주시면 연락드리라고 할께요" 하고 끊을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런 상황이 되어도 '아이들이 필요하면 훈육을 받아야지', '아이 엄마도 참 목소리가 크네', '모자라지만 착한 우리아이들 또 혼나고 있네' 보통 이런식으로 받아들여 지지만, 육체적 정신적으로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에서 그런 상황을 만나면 또 견디기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한줄처방 앞의 글에서 언급한 리카싱의 '무한의부' 책에도 본인의 그림자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있어서 인상적으로 읽었습니다. "이 책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942년, 제게서 아버지를 앗아간 폐결핵은 어린 시절 가장 끔찍한 경험이었습니다. 어깨를 짓누르던 가난이라는 짐의 무게와 제가 느낀 무력함. 그 감각은 제 마음에 영원히 새겨졌습니다. 하지만 그 때 제가 느낀 고통은 지금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저를 움직이는 질문들을 남겼습니다." 94세가 되어도, 재산 52조 아시아최고 부자가 되어도 어린시절의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쉽지 않은것 같습니다.

내가 원하고 미소짓고 뿌듯하고 행복한 삶을 표현하고 살기 위해서는 그림자를 알아보고 이해해주는 시간이 꼭 필요해 보입니다. 무의식은 무형의 물질이라 무한대로 쌓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나 많은 무의식의 그림자가 쌓여있는지는 모르지만 번뇌가 올라올때마다 청소할 것이 있다는 신호이고 청소하는 과정에서 쇼생크탈출과 같은 번뇌에서의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구름이 걷히면 밝은 해가 드러나듯 먹구름이 있는 곳이 해가 날 곳입니다. 나이가 들을수록 무의식속에 쌓인 그림자도 많아질 수 있습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이나 일하는 곳을 떠올려 보시면 처음에 이사오거나 시작할때에 비해 정리하고 청소해야 할 것들이 꽤 많이 쌓여있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누구나 살다보면 무의식속에 그림자를 쌓아둘 수 있습니다. 내 안의 그림자를 없애고, 주변분들의 그림자를 없애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도 듭니다. 시간이 지나면, 번뇌가 올라왔을 때 반가운 친구처럼 번뇌를 반기고 번뇌를 억압하거나 누르거나 변형시키지 않도록해서 온전히 허용해주면 '극적인 해방감'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심지어 나중엔 번뇌가 언제 올지 기다리며 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시험에선 틀린 문제를 통해 자신의 개선점을 찾을 수 있는데, 발전하고 완전해지고 싶은 사람은 문제가 틀릴때마다 성장의 기회를 발견한것이라서 반가워 할 수도 있습니다. 알고보면 번뇌는 원래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 온전함이 가려진 것이어서 번뇌를 찾아없애면 온전함이 드러납니다. 무의식 속 그림자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책들은 찾아보면 많은 것 같습니다. 그 중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의 '놓아버림', 캐럴린 엘리엇의 '킹크', 김상운님의 '느껴주면 풀려난다'는 무의식 그림자 청소에 대해 특별한 내용들이 있습니다.

무의식은 충동의 창고, 욕구의 웅덩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마음을 성숙하게 하는 창조의 샘. 칼 구스타프 융 땅에서 넘어진 사람은 그 땅을 딛고 일어나야 한다. 땅을 떠나서는 일어날 수 없다. 유미경(불경) 기말고사에서 수학점수가 낮으면 수학공부를 해야지 다른과목을 공부하거나 수학공부를 안하고 성적이 나아질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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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