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은
마치 24시간 돌아가는
최첨단 보안 시스템과 같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보안 시스템이라도
외부의 교묘한 침입자나
예상치 못한 공격에는
허점을 보일 수 있죠.
자가 면역 질환을 유발하는
'몸속 환경의 SOS' 신호 중에는
바로 이러한 외부 공격자들로부터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1. 감염과‘분자 모방’
: 누구냐, 넌?정체성의 혼란!
감기 바이러스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세균 감염까지,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병원체와 마주칩니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 면역계는
이들을 성공적으로 물리치지만,
때로는 이 감염이 자가 면역 질환의
방아쇠를 당기는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그 주요 기전 중 하나가
바로‘분자 모방’입니다.
‘(Molecular Mimicry)’
조금 어려운 말 같지만,
비유를 통해 쉽게 이해해 볼까요?
어떤 악당(병원체)이
우리 편 장군(우리 몸의 단백질)과
아주 비슷하게 생긴 가면을 쓰고
우리 몸에 침투했다고 상상해 보세요.
우리 면역 군대는 당연히
이 악당을 공격하겠죠?
그런데 악당을
공격하던 면역 군대가
그만 악당과 너무 비슷하게 생긴
우리 편 장군까지 적으로 오인하여
공격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이것이 바로 분자 모방입니다.
즉, 병원체의
특정 단백질 조각(항원)이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 조각과
구조적으로 너무 비슷해서,
면역계가 병원체를 공격하다가
우리 몸까지 공격하게 되는
'피아식별 오류'가 발생하는 것이죠.
사례 1: 엡스타인-바 바이러스 (EBV)의 두 얼굴
EBV는 흔한 감기 바이러스의 일종이지만,
다발성 경화증, 루푸스, 류마티스 관절염 등
다양한 자가 면역 질환과
연관성이 제기됩니다.
EBV의 특정 단백질(예: EBNA1)이
우리 신경세포나 관절 단백질과 유사하여
교차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면역세포가 갑자기
'반란'을 일으킨 것이 아니라,
외부 침입자(바이러스)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이미 스트레스를 받고 있거나
취약한 몸 내부 환경과 맞물려
혼란이 가중되는 것입니다.
바이러스가 잘못된
방향으로 전달되는
초기 'SOS'를 제공하는 셈이죠.
구강세균
사례 2:
입속 세균과 류마티스 관절염
잇몸병을 일으키는
특정 구강 세균도
(예: Porphyromonas gingivalis)
류마티스 관절염과 관련이 깊습니다.
류마티스 관절염
이 세균은 우리 몸의 단백질을
변형(시트룰린화)시키거나,
세균 자체가 가진 효소가
우리 몸의 효소와 유사하여
자가항체(항CCP 항체) 생성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국소적인 입안의 미생물 불균형이
분자 모방과 염증을 통해
전신적인 'SOS' 신호를 보내
관절의 자가 면역 반응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2. 독성 물질의 습격:
화학적 과부하와 면역 교란
우리는 숨 쉬는 공기,
마시는 물,먹는 음식을 통해
수많은 화학물질에
노출되며 살아갑니다.
중금속(수은, 납 등),
잔류성 유기 오염물질(다이옥신 등),
내분비 교란 화학물질
(비스페놀A, 프탈레이트 등),
살충제, 심지어 우리가 무심코 먹는
가공 식품 속 각종 첨가물
(유화제, 인공색소, 나노입자 등)까지
그 종류도 다양합니다.
이러한 환경 독소들은 우리 몸에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일으키며
'SOS' 신호를 증폭시킵니다.
직접적인 세포 손상 및 자가 항원 방출:
화학물질이 세포를
직접 공격하여 손상 시키면,
손상된 세포에서 나온 물질들이
면역계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신생항원(Neoantigen)’형성:
화학물질이 우리
몸의 단백질에 결합하여
원래 없던 새로운
구조(신생항원)를 만듭니다.
면역계는 이 변형된 단백질을
'외부 침입자'로 인식하고
공격하게 됩니다.
마치 우리 편 군인의 군복에
누군가 몰래적군의
표식을 달아 놓아
아군의 공격을 받게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수은이나 특정 식품 색소가
단백질에 결합하는 것이 그 예입니다.
이 환자분은 8년간
면역을 억제하는 치료를 받았는데
왜 치료가 되지 않을까요?
면역 조절 기능 망가뜨리기:
독소는 면역 세포의 기능을
직접적으로 변화 시키거나,
몸 전체를 염증 상태로 만들고,
해독 시스템을 방해하며,
호르몬 신호 전달 체계를 교란하여
면역 균형을 깨뜨립니다.
장벽 기능 손상 (장 누수 유발):
특히 일부 식품 첨가물
(유화제, 나노입자 등)이나 특정 독소는
장 점막 세포 간의
치밀 결합을 느슨하게 만들어
장 누수를 유발하거나 악화 시킵니다.
(6부 내용 기억나시죠?)
‘SOS 모델’로 다시 보기
분자 모방이나
신생항원 형성은
'SOS 모델'이 자가 면역을
어떻게 재해석하는지
잘 보여줍니다.
우리 면역계는 이유 없이 갑자기
우리 몸을 공격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신, 외부에서 들어온
진짜 적(병원체)과 너무 닮았거나,
외부 화학물질에 의해
'변질된 나(신생항원)'에 대해
반응하는 것입니다.
이때 발생하는 면역 반응은
처음에는 몸을 보호하려는
정당한 'SOS' 신호이지만,
만성적인 독소 노출이나
조절되지 않는 염증 환경 속에서
이 신호가 계속되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증폭되면
결국 자가 면역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결국, 감염과 독소는
우리 몸이 이미 다른 요인들로 인해
취약해져 있을 때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리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몸의 취약성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무엇일까요?
다음 8부에서는
우리의 '생활 습관'이
어떻게 몸속 환경을 만들고
SOS 신호에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다음 편 예고:
SOS의 진원지 (3) -
생활 습관이 만드는 몸속 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