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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선 ] 건선 10부작
3부: 목 안의 작은 불씨, 연쇄상구균이 건선을 깨운다고? |
건선의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가는 여정, 세 번째 문을 엽니다.
지난 시간에는 건선이 '자가면역'이라는 이름표를 달게 된 과정을 살펴보며, 그 이면에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질문을 남겼습니다.
오늘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는 존재, 바로 '연쇄상구균' 감염이 건선과 어떤 은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하늘마음의 눈으로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연쇄상구균(Streptococcus)'이라는 이름이 조금 어렵게 느껴지실 수도 있지만, 사실 우리 주변에서 그리 멀리 있는 존재는 아닙니다.
이 세균은 주로 우리 목구멍이나 편도에 살면서 편도염, 인후염 같은 익숙한 목감기 증상을 일으키는 주범 중 하나죠.
아이들이 열이 나면서 피부에 붉은 발진이 돋는 성홍열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이 불청객은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이나 항생제의 도움으로 잘 처리되지만 만약 이들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우리 몸 어딘가, 특히 편도 같은 곳에 만성적으로 숨어 살면서 면역계를 계속해서 살짝살짝 건드린다면 어떻게 될까요?
마치 꺼진 줄 알았던 작은 불씨가 바람을 타고 다시 살아나듯 말입니다.
특히 건선 중에서도 '물방울형 건선'이라는 형태는 이러한 연쇄상구균 감염과의 연관성을 아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주로 어린이나 젊은층에서 편도염이나 인후염을 앓고 난 후 1~2주 뒤에, 갑자기 온몸에 작은 물방울 모양의 붉은 반점들이 후드득 뿌려지듯 나타나는 것이 특징인데요
이는 마치 연쇄상구균이 "나 여기 있다!"
하고 신호를 보내면, 우리 몸의 면역계가 이에 반응하면서 피부에 흔적을 남기는 것과 같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현상을 '분자적 모방(Molecular Mimicry)'이라는 흥미로운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연쇄상구균의 표면에 있는 특정 단백질(항원)의 구조가 우리 피부 세포의 단백질 구조와 매우 유사해서, 면역계가 연쇄상구균을 공격하기 위해 출동했다가 그만 비슷한 모습을 한 우리 피부 세포까지 적으로 오인하여 함께 공격한다는 것입니다.
마치 범인을 잡으러 출동한 경찰이 범인과 닮은 무고한 시민을 실수로 공격하는 안타까운 상황과 같다고 할 수 있죠.
우리 면역계는 최선을 다해 외부의 침입자를 막으려 한 것뿐인데, 그 과정에서 안타까운 '오인 사격'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급성 물방울형 건선은 감염이 잘 치료되면 자연스럽게 사라지기도 하지만,
만약 연쇄상구균 감염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거나 반복적으로 발생하면, 혹은 편도에 만성적으로 항원이 남아 면역계를 지속적으로 자극하게 되면, 건선은 만성적인 형태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면역계는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계속해서 피부에 경계 태세를 유지하면서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피부 세포의 과도한 증식을 유발하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단순히 면역 반응만 억누른다면, 증상은 잠시 가라앉을지 몰라도, 문제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게 됩니다.
다음 이야기 예고: 4부에서는 이 '분자적 모방'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건선을 '자가면역'이라는 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감염 후 면역계의 과도하지만 이해 가능한 반응'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하늘마음과 함께 재해석해 보겠습니다.
건선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야가 한층 넓어지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