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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선 ] 건선 10부작
5부: 면역억제 후폭풍, 리바운드라는 이름의 파도 |
건선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여정, 어느덧 다섯 번째 이야기에 다다랐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건선이 어쩌면 우리 몸 내부의 문제가 아닌, '숨은 적'에 대한 방어 과정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새로운 관점을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많은 건선 환우분들이 한 번쯤은 경험하거나 우려하는 현상, 바로 '리바운드'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면역억제제나 생물학적 제제 사용 후 잠시 평화를 찾았던 피부가, 약을 줄이거나 중단했을 때 왜 갑자기 거친 파도처럼 다시 뒤덮이는 걸까요?
하늘마음과 그 이유를 차분히 짚어보겠습니다.
스테로이드, 사이클로스포린, 메토트렉세이트와 같은 전통적인 면역억제제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 몸의 면역세포들이 과도하게 활동하며 일으키는 염증 반응을 전반적으로 억누르는 역할을 합니다.
마치 활활 타오르는 불길에 소화기를 뿌리듯 급한 염증을 가라앉히고 피부 증상을 빠르게 호전시키는 데 도움을 주죠.
최근 각광받는 생물학적 제제들 (예: TNF-알파 억제제, 인터류킨 억제제)은 좀 더 정교하게, 염증을 일으키는 특정 '신호 물질(사이토카인)'의 활동만을 선택적으로 차단합니다.
이 역시 피부를 깨끗하게 만드는 데 매우 효과적이어서, 많은 분들에게 한 줄기 빛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여기까지 보면 참 고마운 약들입니다.
하지만 만약, 건선의 근본적인 발단이 우리 몸 어딘가에 남아있는 '숨은 감염원(항원)', 예를 들어 연쇄상구균의 잔재 같은 것이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집니다.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는 동안에는 우리 몸의 '경계 태세'가 낮춰져 있기 때문에, 피부 증상은 잠잠해집니다.
마치 강력한 진통제로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과 비슷하죠.
하지만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해서 상처가 다 나은 것은 아니듯, 피부가 깨끗해졌다고 해서 숨어있는 감염원까지 사라진 것은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면역계의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 이 감염원은 조용히 자신의 세력을 확장하거나 생존력을 키울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약의 용량을 줄이거나 사용을 중단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억눌렸던 면역 시스템이 다시 고삐를 풀고 활동을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그동안 감지하지 못했거나, 혹은 힘이 약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숨은 감염원'을 발견하고는
"아니, 이런 위험 요소가 아직 남아있었잖아!"
하며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광범위하게 방어 작전을 펼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리바운드'라고 부르는 현상의 한 가지 설명입니다.
잠시 눌려있던 용수철이 더 강하게 튀어 오르듯, 억제되었던 면역 반응이 폭발적으로 나타나면서 건선 증상이 이전보다 더 심하게, 혹은 더 넓은 부위로 확산될 수 있는 것이죠.
실제로 임상 현장에서는 면역억제제, 특히 강력한 생물학적 제제를 중단한 후 건선이 급격히 악화되거나 전신성 농포성 건선과 같은 심각한 형태로 발전하는 안타까운 사례들이 보고되기도 합니다.
모든 환자에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이러한 리바운드의 가능성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증상만을 억누르는 치료가 최선일까?" "혹시 우리는 폭탄의 뇌관을 잠시 눌러두는 것과 같은 위태로운 평화를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음 이야기 예고: 그렇다면 리바운드의 두려움 없이 건선을 관리할 방법은 없는 걸까요?
6부에서는 면역억제라는 길 외에, 건선에 접근할 수 있는 또 다른 희망의 길들, 즉 '숨은 감염 관리'와 '생활 속 면역 환경 개선' 등에 대해 하늘마음과 함께 모색해 보겠습니다. |